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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후기 레전드] 시계때문에 파혼할 것 같아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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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다 살다 판을 쓸 줄이야...ㅠㅠ
저는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20대 여자입니다 ㅠㅠ
남편될 사람은 제가 22살때부터 사귄 아주 오래된 사이예요
남친이 직장인(28살)일때 만나서 지금 6년째 연애중입니다
남친은 성격자체가 욕심이 없는 사람이예요
유일한 취미가 게임인데... 그 게임마저 주말에 서너시간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습니다
술 담배도 안해서 가끔 친구들만나서 당구치고 등산 가는 것과
맛있는 것 먹는 거 이외에는 돈을 쓰는 곳이 없어요
옷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본 사람중에 가장 물욕이 없는 사람인거 같아요.
남자친구는 딱 평균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었어요
남친을 첨 만났을 때, 제가 대학생일때에는 저도 참 사치란것을 몰랐죠
주말에 알바해서 한달 30만원으로 전공책도 사고, 대학 생활을 해야 했으니까
좌석버스보단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일반버스를 타고
학식도 아까워서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옷도 무조건 오픈마켓에서도 싼편인 옷을 사 입고, 그렇게 일이천원에도 벌벌떨며 살았어요
대학생때 제가 저를 위해 산 옷이나 악세사리, 가방 등등... 중에서 3만원이 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돈이 없어서, 그 와중에 연애도 해야하니까. 그래서 돈을 아낀 거지, 욕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저를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말을 했었어요
시간이 흘러, 저는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취업을 했어요
그리고 알바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돈을 월급으로 받았어요
이제는 거의 모든 옷을 백화점에서 삽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한벌씩 맞춰 줘요
다리가 아프면 그냥 택시를 타기도 하고, 쉬는 날이 맞으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그리고 내 자취방엔 항상 온수가 나와요... (이게 참... 그렇게 부러웠었는데. 예전 집에서는 가스렌지에 물을 데워 씻었거든요)
하지만 이전에 힘들고 아끼며 산 기억 때문인지, 원래 통이 작은 탓인지... 큰 사치는 하지 못해요
2-30만원짜리 가방은 어렵지 않게 사지만, 차마 구*나 샤* 같은 명품 가방은 사지 못하겠어요
거의 백화점에서 파는 중저가의 브랜드들로 작은 사치, 작은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사족이 길었네요
평소에 남자친구는 저에게 선물을 자주 해주는 편도 아니었고, 해주어도 10만원이 넘는 선물은 딱 한번...
취업선물로 자취방 좌식 매트리스 소파 받아본 것 이외에는 모두 저가의 선물이었어요
텀블러, 유리컵, 파우치, 책, 자잘한 생활용품 같은 것(드라이기, 미니 선풍기, 탁상 램프..).
서운해요.
데이트 비용도 각 20만원씩 데이트통장을 만들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저한테 큰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님에도 저한테 주는 선물이 고작 그런 것이라니.
저는 남자친구한테 노트북도 사줬고, 명품집갑도 사줬고, 구두도 사줬고 가방도 사줬고
머리 빠진다고 해서 헤어샵 회원권도 끊어줬는데!
(물론 남자친구가 원한 것은 아니예요... 그저 구두가 필요하다, 지갑이 다 헤졌다 하고 지나가는 말로 말만 했을 뿐)
그럼에도 제가 별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첫째로 그 사람의 마음이나 인격이 더 소중했고
둘째로 그 사람한테 비싼 선물을 사달라고 하면 그 사람이 사 줄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고
셋째로 그 사람에게 허영많고 사치하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친구는 아직 나를 검소한 여자로 알고 있는데 그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적어도 나는, 내 남자친구에게 만큼은 김치녀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무튼, 저희는 얼마전 6주년을 맞이했어요
가지고 싶은 것이 있냐는 남자친구의 물음에, 저는 시계라고 답을 했고
6주년이 되는 날 제가 받은 것은... OS* 시계 였습니다.
로이*도 아닌 OS*요..ㅎㅎ
평균보다 연봉이 많은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제 입사동기들, 회사 선후배들의 남자친구는 90%가 대기업 종사자이고
남자친구에게 받는 선물 또한 핸드폰, 대리석 식탁 등의 가구...
100만원은 훌쩍 넘어가는 선물을 큰 무리없이 주고 받곤 하는 것을 들어요
물론 100만원이 넘는 선물을 바라진 않았지만,
참 속물적이게도... 저는 너무 부끄러웠요
OS* 시계를 차고 일도 못하겠고, 그 시계를 차고 학회도 못가겠고,
친구들은 몰라도 회사 사람들에게 자랑은 더더욱 못하겠어요.
선배들은 나보고 그 돈받아서 명품가방 하나 안사고 뭐하냐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한테 6주년 선물로 결혼을 약속한 사람에게 OS* 시계 받았다고 진짜 말 못하겠어요.
그래서 싸웠습니다
싸우는 와중에 '오빠가 이때까지 나한테 해준 선물중에 10만원을 넘는게 소파 빼고 있느냐'
라고 말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남친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예요
이제까지 선물을 줄때마다 가격을 생각했었냐고. 그랬으면 정말 상처라고,
제가 그런 여자인줄은 몰랐다고, 왜이리 변했냐고... 그리 말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아직까지 냉전중입니다
저는 검소한 여자가 아니예요
오히려 대학생때의 검소한 생활이, 아니, 구질구질한 생활이 저한테는 너무나 숨막혔고 힘들었습니다
지금 크진 않지만 적당한 사치를 하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는 소비를 하는 지금이 행복해요
그리고 이런 것을 행복해 하는 제가 진짜 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면, 이런 제 모습을 잃을 것 같아요
숨막혔던 그때의 생활로 돌아갈 것 같아요...
나를 사치하고 허영많은 여자라고, 김치녀라고 비난해도 저는 지금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화난 남자친구의 맘을 풀어주지 않았고
우리는 아직까지 일주일째 아무런 연락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었네요...
저랑 남자친구는 6년을 만난 장수 커플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는 것이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글을 올립니다
남들이 객관적으로 볼때에 제가 속물적인 것인지, 남자친구가 무심한 것인지
여쭈어 보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아낄수 밖에 없었던 내 지난 형편도, 남자친구에게 받은 선물도 부끄러워
실제로 알고 지내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는데, 이리 털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랄 것도 없는 후기 입니다..ㅎㅎ
후기 추가라고 제목 앞에 다는게 맞는지 모르겠네요ㅠㅠ
먼저... 데이트 통장에 대해서 말이 많으셔서 사족을 붙인다면
제가 22살때 처음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부터 취업을 하기 전까지 1년 반 정도는 거의 남자친구가 데이트비용을 부담했어요
그게 미안해서 제가 취업을 한 이후에는 일년반에서 이년정도 데이트 비용을 거의 제가 부담을 했었고요
그 이후에 만든 게 데이트 통장이고,
제가 남자친구한테 주었던 선물들은 모두 취업하고 나서 준 것입니다
남자친구한테 받은 선물도 텀블러 빼곤 다 취업하고 나서 받은 것이고요...
취업전에는 기념일을 챙기게 되는게 제가 부담스러워서 기념일을 챙기지 말자 했고
남자친구 역시 동의해서 서로 합의하에 선물도, 기념일도 챙기지 않았어요
저한테 여유가 생긴 이후에 크리스마스, 년단위의 기념일만 챙기고 있습니다
이를 자세히 말씀 드리지 않은 것은... 남자친구가 데이트비용을 부담한 금액이나, 제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한 금액이나
지난 연애를 돌이켜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굳이 말씀을 안드렸는데..
학생때부터 남자친구가 데이트통장을 하자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보다 제가 연봉이 1500 정도 많아서, 돈을 쓰는 씀씀이에도 차이가 있을거라 봅니다
사실... 어제 글을 올리고 오랫만에 연락하는 친구와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친구가 얼마전 너 기념일이었지 않느냐... 좋은데서 칼질 했겠네, 라고 말을 했어요
참 이상하게 그말을 듣고 뭔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더라고요
아, 남들은 그런 날엔 분위기 좋은데서 칼질하는게 당연한 거구나.
나는 파스타는 커녕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먹고 간단히 케이크나 잘랐는데.
남들이 말하는 김치녀니, 허영많은 여자니 그런것 되고 싶지 않았고
나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하게 혼자 서고 싶었는데.
내가 의존적이라 생각했던 여자들이 바보들이 아니었구나,
내가 이런 취급을 받은건 내가 자초한 일이구나.
내가 멍청이었구나. 내가 멍청했구나.... 내가 잘못했구나...
친구랑 전화를 끊고 내가 잘못했어... 내가 멍청했어 라는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방에서 혼자 한참을 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인정하니까 이제서야 후련해 지더라고요.
아직 남자친구의 연락은 없습니다
저 역시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났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 더이상 그 사람을 위해 흘릴 눈물이 없네요
소비의 가치가 다른 관계라는 댓글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남자친구가 그리 계산적인 사람은 아닌데... 라고 부정하게 되기도 해요
그래도 이제 제가 너무 힘들어서, 이 끈을 놓으려구요
이게 그 사람이 말하는 사랑의 방식이라면...
그냥 저는 혼자가 편할것 같아요ㅎ
연애를 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는 지금보다는, 나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솔로라이프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긴 연애의 끝에 선 우리는 곧 이별을 하겠지만,
그 이별이 노래가사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동안 진심으로 사랑했고, 진심으로 행복했고... 사랑이라는 마음을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언젠가 제 멘탈이 회복되면,
그때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닌 빛내주는 사람을 만나보려구요.
넓은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저의 일에 이렇게 많은 응원을,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사이다 같은 후기는 아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바라봅니다.
아참,
baboya님 댓글보고 진짜 또 다시 눈물샘이 터져서 ㅠㅠㅠ
캡처 해두고 마음 약해질때마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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